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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적의 벚꽃 - 왕딩궈

by 행복만쌓자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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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딩궈 《적의 벚꽃》 개인평점 4.1/5
연애소설 같지만 연애소설이 아닌 책

 
적의 벚꽃(양장본 HardCover)
『적의 벚꽃』은 열일곱 살에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대만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가 돌연히 절필을 선언한 후 25년 만에 복귀한 대만의 작가 왕딩궈의 첫 장편소설이다. 사랑의 열정과 비정함이 교차하는 작품으로, 겉으로는 진정한 사랑을 잃고 사랑을 찾아 헤매는 남자의 이야기지만, 사실은 녹록치 않은 인생에서 사랑을 빼앗기고 이상이 무너지고 미래가 박탈당한 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비루하고 순수한 이야기를 인생의 은유로 삼아, 피할 수 없는 그 길에서 더 이상 빼앗기고 무너지고 박탈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소설로, 대만국제도서전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며 정점을 찍었다.
저자
왕딩궈
출판
박하
출판일
2018.12.26


처음 읽어 본 대만 작가의 소설이다.
파스텔톤 색채와 떨어지는 꽃잎으로 장식된 표지가 눈에 띈다.
연애소설 같지 않은가?
이 책은 연애소설 같지만 연애소설이 아닌 책이다.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 읽었는데 며칠 전 잠이 오지 않는 밤에 공부방에 들어갔다가 다시 꺼내 들었다.

나는 다독가가 아니다.
그저 천천히 꾸준히 읽는 사람이다.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것의 장점은 긴 시간 읽는 만큼 머릿속에 혹은 마음속에 긴 시간 동안 남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사실 그렇게 오래 걸려서 읽은 책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억이 많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당시에는 그렇게 좋은 소설이라고 느끼지 못했었다.
약간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그럭저럭 잘 쓰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딩궈 《적의 벚꽃》 박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갑자기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내 추쯔가 떠났다.
그리고 아내를 기다리며 해변가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한다.
어느 날 갑자기 카페에 한 남자오고 그는 귀가한 후 자살을 시도한다.
왜 그랬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주인공의 과거와 삶 속으로 들어간다.

이 소설은 사랑과 충직함 밖에 가진 게 없는 한 남자의 고단하고 외로운 삶을 그려낸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인생이 누군가에게는 조금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세상에는 별의별 삶이 다 있고 산다는 것이 그렇게 녹녹지 않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때로는 전혀 개연성이 없을 것 같은 우연들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을 하며 견뎌내기에도 버거운 것이 삶이다.

이 소설은 모든 것이 연애소설 같지만 결국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이겨내야만 하는 삶을.
제목의 ‘벚꽃’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벚꽃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이었다.
그렇기에 처연하지만 순수하면서도 아름답고 말끔하게 재단하듯 쓰인 소설은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것 같다.

『적은 꿈속에서 파멸시키고 벚꽃은 침대 옆에 흐드러지게 피었네.』

위 문장에서 주인공은 적의 벚꽃을 파멸시키고 나만의 벚꽃이 피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었다면 이 소설은 그냥 승리자가 승리하는 단순한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왕딩궈《적의 벚꽃》박하


이 소설은 2000년 전후를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다.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나 석성제의 《투명인간》 정도로 시대 상황을 세심하게 서술하고 있지는 않으나 비교적 그 시절 대만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영화로 제작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일본영화나 소설들도 이런 느낌을 많이 준다.
삶이나 슬픔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섬.

처음 읽었을 때보다 두 번째 읽고 나니 작가의 의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생에 고단함까지는 아니어도 주인공의 순수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벚꽃이 피는 봄에 읽어보면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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