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개인평점 5/5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소설
- 저자
- 김영하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13.07.25
영화로도 만들어진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다.
책이 출판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야 읽었다는 것이 부끄럽다.
이 짧고도 강렬한 소설을 쓴 김영하작가님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오직 두사람》, 《작별인사》 두 권의 소설만 읽었을 뿐 김영하작가에 대해서 잘 모른다.
TV에도 많이 출연하시는데 TV도 많이 보지 않은 탓에 이 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말하는지 잘 모른다.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이번 소설은 유난히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하루에 한두 문장씩밖에는 쓰지 못한 날이 많았다.’
(중략)
‘이것은 내 소설이다. 내가 써야 한다. 나밖에 쓸 수 없다.’
잠깐씩 읽었어도 이틀이면 충분히 다 읽을 것 같은 이 짧은 소설을 작가는 그렇게 힘들게 써야 했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냈고 이런 소설을 써낼 수 있었다.
그만큼 이 책은 가치를 갖는다.
알고 보니 김영하작가님은 이미 다작을 하셨다.
하지만 그래도 《살인자의 기억법》이 김작가님의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
이 책에 나오는 《반야심경》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다.
부처님 말씀인 ‘경’을 ‘글’이라고 적은 이유는 언어로 된 것 중에 최고라는 의미이다.
언어로 된 것 중에 좋다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오래전부터 글로 남겨져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불경, 성경, 사서삼경 등.
《반야심경》은 《금강경》의 핵심으로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최고의 경지를 말로 표현한 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나에게 추천할 수 없는 이유는 아무나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아무나 읽었다가는 그냥 오류 투성이의 글이 될 뿐이다.
그런데 이런 《반야심경》으로 소설이 쓰일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은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기억을 잃어가는 연쇄살인마의 이야기이다.
연쇄살인마, 기억, 존재, 악 그리고 부처님말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키워드들이 소설을 이루고 있다.
주인공의 생각이 스쳐 지나가듯 짧은 문장과 짧은 문단으로 쓰이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하지만 행간에 깊은 생각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흘러가버린다.
어제 저녁에 아내가 나에게 물었다.
“작별인사가 좋아? 이 책이 좋아?”
“작별인사가 좋아~”
그리고 오늘 퇴근 후 아내에게 다시 말했다.
“이 책이 훨씬 좋아~ 이 책은 너무 잘 썼어~”
자세한 줄거리는 여기에 남길 수 없으나 재미있는 표현이 있어서 남겨본다.
‘기억에 없는 나 자신의 행위, 생각, 말을 읽는 기분은 묘하다. 젊어서 읽은 러시아 소설을 오랜만에 다시 읽는 것만 같다. 배경도 익숙하고 등장인물도 낯이 익다. 그런데 새롭다. 이런 장면이 있었던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안나 카레니나》를 비롯해서 러시아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이 감정.
이렇게 표현해 낼 수 있는 김영하작가님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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